비 오는 날 더 생각나는 칼국수, 겉절이와 함께 즐기는 맛깔나는 한 그릇
사실 나는 칼국수보다 수제비를 더 좋아한다.
쫄깃한 반죽을 손으로 얇게 뜯어 넣는 그 투박한 매력이 더 끌린다.
하지만 내 사무실 근처 식당에는 칼국수만 판다. 수제비는 없고, 늘 ‘칼국수 하나요?’라고 외치는 동료들의 주문 속에 나도 따라 먹는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도 비가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칼국수가 떠오른다.
비 오는 날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먹는 칼국수는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탱글하게 삶아진 면발, 거기에 고명으로 올라간 애호박과 당근, 파채 몇 줄. 그 조화가 심심하면서도 자꾸만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칼국수를 제대로 맛있게 먹는 법이 있다.
바로 ‘겉절이’다. 금방 버무린 김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겉절이는 칼국수와 찰떡궁합이다.
묵직한 국물의 깊이를 한입 깨워주는 듯한 상큼한 매력. 특히 파릇한 쪽파와 깨소금이 솔솔 뿌려진 겉절이를 칼국수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면, 그야말로 밸런스가 완벽하다.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싶다면, 이런 팁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먼저 면이 너무 퍼지기 전에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는다.
따뜻한 육수가 입안을 감싸면 자연스럽게 입맛이 돈다.
그다음은 면을 휘감듯 젓가락질하고, 간간히 겉절이 한 조각을 올려 함께 먹는다.
마지막으로, 국물은 남기지 않고 밥을 반 숟가락 말아 마무리하면 칼국수 한 그릇의 진정한 마침표가 된다.
요즘처럼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가끔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점심시간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한 그릇.
‘아, 수제비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잠시.
따뜻한 칼국수에 겉절이 한입이면 마음까지 채워진다.
식당에서 먹는 단출한 점심이지만, 그 안에는 계절과 날씨가 녹아 있다.
오늘도 비가 온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칼국수에 겉절이, 괜찮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