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나이를 따라간다, 전통된장국이 그 증거
어릴 적 나는 된장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끓여준 된장국은 늘 짠맛이 강했고, 시골스러운 구수함이 부담스러웠다.
친구 집에서 맛본 조미료 들어간 국이 훨씬 맛있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그 '짠맛'이 그립다.
지금은 그 된장국 한 숟갈이, 속을 풀어주고 마음까지 정돈시켜주는 느낌이다.
요즘 아침마다 된장국을 끓인다.
예전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아무렇게나 넣고 끓였다면, 지금은 애호박, 두부, 양파, 다시마 육수까지 꼼꼼히 준비한다. 된장도 마트에서 파는 미소된장이 아니라, 엄마가 해마다 담가 보내주는 전통 재래된장을 꺼낸다.
그 한 스푼에 담긴 깊고 묵직한 맛을 입에 머금으면, 이상하게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단순한 국 한 그릇이 아니라, 그 속엔 엄마의 시간과 손맛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만 해도 나는 간이 센 음식, 양념이 많은 요리를 선호했다.
된장국은 '집밥의 상징'이라기보다, '촌스러운 맛'이라고 느껴졌다.
바쁘고 젊은 시절엔 외식이 더 맛있고 멋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마흔을 넘기고 나니 입맛이 달라졌다.
속이 더부룩한 날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된장국이다.
고기보다 채소를, 양념보다 국물 맛을 찾는 나 자신을 보며, 세월이 입맛에도 흔적을 남기는구나 싶다.
엄마는 지금도 시골에서 된장을 담근다.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고, 봄볕에 말리기를 반복하는 그 긴 시간은 엄마의 손끝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도시에서는 시간과 수고를 들여 그런 음식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된장국 한 그릇은 단지 식사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건 '돌봄'이고, '기억'이고, '엄마'이다.
이제는 나도 엄마가 된 마음으로 된장국을 끓인다.
자식이 먹는 밥상에 짜지 않게, 거칠지 않게 손맛을 얹는다.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조심스러움과 정성이, 지금은 내 손에 스며들고 있다.
입맛의 변화는 결국 삶의 변화이고, 세대의 교차이다.
전통된장국이 맛있어졌다는 건 어쩌면, 내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면서도 그 맛을 내기 위해 애쓰는 나.
된장국 한 그릇을 끓이며,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사랑을 조금씩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