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느꼈던 봄날과 지금의 봄날은 많이 다른거 같다..
매년 봄비가 내리지만 기후가 참 극과 극을 달리는거 같다
오늘 내리는 비도 봄비같은데 기후가 참 많이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비가 내리는 하루였다.
조금씩 내리다, 금세 굵어지더니 다시 가늘어지는 반복적인 빗줄기.
외근을 위해 길을 나선 나는 그저 “봄비가 오나 보다” 하고 가볍게 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알 수 없는 낯섦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의 봄비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따뜻해지는 흐름 속에서 한 번쯤 내리는 촉촉한 비, 땅을 적시고 꽃잎을 살며시 떨구는 그런 비.
하지만 요즘의 봄비는 종잡을 수 없다. 갑자기 퍼붓다가, 해가 쨍 했다가, 다시 흐려지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처럼 하늘이 들쭉날쭉하다.
이상기후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릴 땐 ‘지구온난화’ 같은 말을 들어도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실감한다.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고, 비의 리듬도, 꽃이 피고 지는 속도도, 계절이 바뀌는 감각도 뭔가 뒤틀려 있다.
봄인데도 한기가 돌다가 갑자기 초여름 날씨가 되고, 이젠 봄꽃도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외근 중 만난 이 비도, 봄비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내리고, 또 너무 급작스럽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던 나는 빗속을 조금 걸었고, 코끝에 닿는 공기는 봄치곤 제법 차가웠다.
그리고 문득, 이 이상기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봄은 원래 이래." 그렇게 말하며 넘겨왔던 수년의 시간.
기후가 변했다는 뉴스는 매해 나왔지만, 실제로 그 변화를 체감하는 일이 많아진 건 최근 몇 해 사이였다.
비가 이렇게 갑작스럽고 자주 내릴 줄 몰랐고, 봄에 코트를 입는 날이 이렇게 많아질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 모든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도 이미 적응해버린 것이 아닐까.
이날의 외근길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변해가는 지구, 그 속에서 익숙해진 이상함, 그리고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우리.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금 이 계절의 모습은, 정말 우리가 기억하는 봄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