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에 담긴 하루의 감정
비가 내린 것도 같고, 눈발이 스친 것도 같은 4월의 하루.
봄이라기엔 바람이 싸늘하고, 겨울이라기엔 빛이 따뜻하다.
그런 날이면 유난히 카페 메뉴판 앞에서 발걸음이 멈춘다. 아이스로 갈까, 따뜻한 걸로 할까.
작지만 하루의 온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 오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다.
유리문 너머의 날씨가 감정을 건드릴 때
카페에 들어서기 전, 유리창 밖 풍경은 늘 기분을 결정짓는다.
우산은 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공기는 축축하게 젖어 있다.
비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한 날씨. 그런데 그 안개 같은 습기는 묘하게 마음까지 눅눅하게 만든다.
어디선가 꽃샘추위의 잔재인지, 찬 바람이 슬쩍 목덜미를 스친다. 봄의 길목에서 다시 겨울로 걸음을 되돌리는 느낌.
그럴 땐 따뜻한 커피가 필요하다.
단지 몸을 데우기 위한 따뜻함이 아니라, 마음의 공백을 채워주는 온기 말이다.
500원의 온도차, 오늘은 이유 있는 선택
늘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사이의 500원 차이.
보통은 "그냥 아이스로 주세요" 하고 넘겼을 텐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5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차가운 얼음보다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잔이 더 어울리는 날.
한 모금 머금었을 때 퍼지는 쌉싸름한 맛.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그저 커피가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배경음이 되고, 말하지 못한 감정을 녹여주는 조용한 친구 같다.
따뜻한 커피가 주는 '여유'라는 이름의 위로
테이블에 앉아 유리창을 바라본다.
거리엔 우산을 쓴 사람, 트렌치코트를 여민 사람, 혹은 꽃 한 송이를 들고 걷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하루를 지나며 잠시 머무는 곳.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어쩌면 커피 한 잔은 우리의 감정을 담는 그릇일지도 모른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라고 말해주는 작은 위로.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기억이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을 한다.
크고 작은 선택 속에서 감정이 묻어난다. 오늘의 커피도 그런 선택 중 하나.
누군가는 단지 메뉴 하나쯤으로 여길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의 흐름을 따르는 하나의 기록이다.
내일은 다시 아이스를 마시게 될지도 모르지만, 오늘 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흐릿한 4월의 오후를 선명하게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