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늘 걷는 그 길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민들레 한 송이.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는 인도 가장자리, 자갈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든 그 작은 존재는 마치 세상 모든 소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듯했다.
거창한 꽃도 아니고, 향기로운 향을 내뿜지도 않지만 민들레는 늘 그런 식이다.
조용히, 그러나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누군가에게는 흔하고 하찮은 잡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송이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선 그 순간, 마음 한켠이 따스해지는 걸 느꼈다.
민들레는 늘 낮은 곳에서 피어나지만, 그 속에는 굳센 생명력과 의연한 태도가 있다.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스스로 살아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봄마다 어김없이 다시 피어난다.
요즘 따라 자꾸만 감정이 예민해지고, 마음이 쉽게 지치는 날들이 이어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고, 마음속 걱정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길가의 민들레 한 송이는 말 없이 다가와 위로가 되어주었다.
"괜찮아, 너도 잘하고 있어." 그 작은 노란 꽃잎이 그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민들레는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리게 한다.
놀이터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을 따라 뛰어다니던 기억, 소원을 빌며 씨앗을 불던 순간들.
어쩌면 민들레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스며든 유년의 조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길가에서 만난 그 한 송이가 유독 반갑고 애틋하게 느껴졌던 건.
가끔은 이렇게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을 어루만지는 풍경들이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민들레처럼 조용하지만 강인하게,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기만의 삶을 피워내는 것. 그게 진짜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오늘 하루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작고 따뜻한 감동은 분명 존재한다.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 한 송이처럼 말이다. 그저 스쳐 지나칠 수도 있었던 순간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런 작고 평범한 장면들을 마음에 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다음번에 길을 걷다 민들레를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자. 그리고 마음속에 조용히 말을 걸어보자.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