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냉장고 속 깊숙이 잠들어 있던 묵은 총각김치를 꺼내보았습니다.
한때는 바삭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던 풋총각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푹 익고 묵은 맛이 우러나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묵은 총각김치’로 변신해 있었죠.
아삭함보다는 부드럽고, 자극적인 맛보다는 진하고 깊은 감칠맛이 가득한 이 묵은 총각김치 한 접시가 오늘 주말 점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묵은 총각김치는 시간이 지나 발효가 잘 되면 특유의 새콤하고 구수한 맛이 살아납니다.
뿌리와 잎 모두 버릴 것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 더욱 소중한 반찬이죠.
총각무 특유의 단단한 식감은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고, 발효되면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특히 입맛 없을 때 한 접시 꺼내 밥 한 그릇 슥슥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 따로 없어요.
오늘은 따뜻한 쌀밥에 들기름 한 숟갈, 김가루 약간, 그리고 잘게 썬 묵은 총각김치를 올려 김치비빔밥을 만들어 봤어요.
고추장 없이도 충분히 깊고 풍부한 맛이 나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따로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한 그릇 가득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점심이었죠.
묵은지 특유의 구수한 맛과 들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한 풍미가 퍼집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음식 하나하나 정성 들여 챙겨 먹기 힘든 때, 이렇게 간단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 있다는 건 큰 위안입니다.
무엇보다 주말엔 복잡한 요리보다 마음 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집밥 별미’가 제격이죠.
묵은 총각김치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 주말 점심으로 딱 좋은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또한 묵은 총각김치는 요리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고기찜이나 김치찜에 넣으면 진한 국물 맛을 내주고, 두부와 함께 볶아내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반찬이 되죠.
특히 남은 총각무는 썰어서 멸치와 함께 끓이면 구수한 김치국이 되고, 무청 부분은 계란과 함께 부쳐도 근사한 반찬이 됩니다. 정말 알뜰하게, 맛있게 활용할 수 있는 묵은 반찬이랍니다.
사실 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깊어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음식입니다.
처음 담갔을 땐 시원하고 상큼한 맛, 시간이 지나면 새콤하고 감칠맛 도는 묵은 맛까지. 그래서 우리는 김치 하나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죠. 묵은 총각김치는 그런 면에서, 시간이 만든 최고의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주말 점심, 별다른 재료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건 이 한 접시의 묵은 총각김치 덕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