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던 동화책 속 백설공주는 언제나 선하고 예쁜 주인공이었고, 계모는 질투심 많은 악당이었습니다.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일곱 난장이가 지켜주고, 결국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는 이야기는 마치 꿈같은 해피엔딩이었죠.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백설공주는 더 이상 단순한 동화로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인간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계모의 존재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녀는 왜 그렇게까지 백설공주를 미워했을까요?
단순한 질투심 때문일까요?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는 장면은 외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특히 사회가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이가 들며 주목받지 못하는 계모의 불안은 그저 악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 역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백설공주는 어떤가요?
그녀는 아름답지만 순종적이며,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보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삶이 풀려나갑니다.
어릴 땐 이런 모습이 그저 ‘착하고 좋은 아이’로 비춰졌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백설공주는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투영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 말 없이 쫓겨나 숲으로 가고, 낯선 이들과 조용히 지내며, 결국엔 남성의 키스로 깨어나는 모습은 현실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죠.
또한, 일곱 난장이의 존재는 어른의 눈으로 볼 때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지만,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지닌 인물들로 묘사됩니다.
세상과 조금 다른 모습일 뿐, 백설공주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죠.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타인과 다른 외모, 생각, 배경을 가진 이들과의 공존을 떠올리게 합니다.
왕자의 키스 역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백설공주가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나는 이 장면은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동의 없이 이루어진 행위로, 동화 속 낭만적 장면이 아닌 윤리적 질문을 던지게 하기도 합니다.
해피엔딩의 전형처럼 여겨졌던 결말도, 요즘 시선에서는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설공주는 단순한 ‘옛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이 동화를 기억 속에 남겨두고, 때때로 삶 속에서 다시 꺼내보게 됩니다.
어릴 땐 몰랐던 부분이 이제는 선명히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백설공주처럼 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계모처럼 상처받은 자신을 투영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동화는 결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면을,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이야기이기도 하죠.
‘백설공주’는 시대를 지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는 거울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이 동화를 다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안의 주인공과 메시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